나의 고향인 김제에 오게 되면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일 일이 생긴다.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마시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워낙 술을 잘 마시는 관계로
술을 마시다 보면 나의 주량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그 날밤은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기 마련이다.
결국 늦은 아침에 일어나 해장을 위하여,
맛집을 찾곤 하는데 대부분은 짬뽕으로 해결한다.
이번에는 달랐다. 여전히 중국집이기는 하지만
내가 워낙에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어필을 하여,
결국 소문난 맛집인 "대흥각"을 방문하게 되었다.
워낙에 고추짬뽕이 유명한 맛집이라서 식사 시간이면
웨이팅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예전부터 해장을 위해서 자주 방문하던 곳이라
맛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곳이고
김제에 내려올 기회가 되면 한 번쯤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곳이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관계로
오늘의 메뉴는 "육미짜장"으로 정하였다.
물론 같이 먹는 친구들은 짬뽕을 주문 하였다.
나는 가끔 해장으로 매운 음식보다는 기름진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다.
짜장을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짜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니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면 위에 짜장을 부어 서빙이 되는 일반적인 짜장과는 다르게
간짜장처럼 소스와 면을 따로따로 서빙이 된다.
소스에 야채가 보이지 않으며, 갈아놓은 돼지고기와 춘장만을 사용한 듯한 느낌이다.
소스는 묽은 편이고 걸쭉한 느낌이 적은 것으로 보아
전분은 사용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도 풍부하게 첨가된 고기 때문에 육향이 풍부하여
식욕을 당기게 하는 데는 충분하다.
특별할 것이 없는 면이지만 소스와 만나는 순간
풍부한 육향이 군침을 돌게 만든다.
소스를 붓고 고춧가루를 추가하여 잘 비벼본다.
역시 짜장에 고춧가루가 빠지면 안 된다.
고춧가루가 느끼함을 짜장면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약간의 매콤함이 구미를 더 당기게 만든다.
예전부터 꾸준히 사용되어 오던 스테인리스 그릇은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혼자 먹기에 충분한 양이 제공되기 때문에,
여성분들의 경우 기본으로 충분하지만
양이 많은 남성의 경우는 곱빼기를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면에 소스를 부어 열심히 비빈 후, 맛이 잘 어우러지기를 기다려 본다.
그 후에 한입 가득하게 넣으면 알고 있는 맛이 입안에 파악~ 하고 퍼진다.
돼지고기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고
적당히 볶아진 춘장의 달콤하고 짭짜름한 맛
약간 기름진 음식이 위 안으로 들어가면서
밤새 고생한 나의 위를 달래는 듯한 느낌이다.
알고 있는 맛이 무섭다고 짜장면의 양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결국은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게 된다.
예전에는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곤 하였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양도 줄었고, 위에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일을 현저하게 줄었다.
예전에는 노포 같은 분위기의 식당이었고, 테이블도 몇 개 없었다.
현재는 자리를 옮기면서 테이블도 많아지고
홀 자체도 깨끗해졌지만 예전 같은 감성이 사라져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추짬뽕" 과 "육미짜장"의 맛은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점심에는 자리 찾기가 쉽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 정도 맛을 볼만한 곳이다.
현재는 일요일 휴무이니 만약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일요일을 피해서 방문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