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3. 08:55ㆍ뜀박질
난생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라톤 레플에 당첨된 후로 항상 풀코스 도전에 대한 생각이 나의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각은 풀코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었지만 어떻게든 완주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록은 좋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단순하게 지금까지 뛰어온 나만의 방식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물론 중간중간 훈련을 하기도 하였지만 완벽하게 포커스를 맞추어 훈련을 할 수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기에 내가 왜 신청을 했을까라는 후회도 있었지만 막상 시간이 되니 어떻게든 완주를 하여 기록을 만들어 놓고 싶었다.


다른 대회에 참가 할때는 생각보다 잠을 잘 이룰 수 없었으나, 이번대회에는 잠을 잘 잘 수 있었고, 몸도 가벼웠다. 눈을 뜨자마자 준비를 하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는 약속장소로 이동하여, 참가하는 크루원들과 만나게 되었다. 모든 크루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싣고 빠르게 대회장으로 향하였다. 가는 동안 버스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대반 설렘 반으로 인하여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각자 출발한 크루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빠르게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화장실을 가서 몸을 비우고 열심히 물품들을 챙겨 출발선으로 향한다.
기록 제출을 할 수 없었기에 배정을 받은 그룹은 F조이다. 대부분의 크루원들이 처음으로 풀코스를 참가하기 때문에 D~G조를 배정 받았다. 앞을 보니 막막하다. 많은 사람들이 출발지 근처에 모여들어 있었고, 그 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각조가 순서에 맞게 출발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조도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여 어느덧 출발지점에 다다랗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초반의 병목을 어느정도 예상을 하였으나 병목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그렇게 내가 속해 있는 그룹에 발을 맞추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골인 지점에 다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이 천천히 찾아왔다. 특히나, 쭉 뻗은 주로에서 앞에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앞으로 열심히 치고 나가봐야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또한, 앞으로 치고 나간다고 해서 내가 끝까지 그 페이스를 유지하리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레이스를 운영하기로 마음을 다시 잡았다. 애초에 뒷조에서 출발하는 크루원들은 나보다 조금 더 빠른 페이스로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약 10킬로 지점에서 만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낯이 익은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서울하프마라톤에서 본 코스들이 이번 코스에도 존재하였다. 뭐랄까 친한 친구를 만난듯한 친근함이 느껴져서 인지 레이스를 진행하면서 마음은 편안하였다. 조금씩 출발지점에서 멀어지며, 거리 표지판의 숫자도 천천히 상승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크루원을 8킬로 지점에서 만나게 되어 동반주를 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전진하기 시작하였다. 10킬로 지점에서 예상했던 대로 뒤에서 올라온 크루원들과 조우하여,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나를 다시 마주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만약 레이스 중에 나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들은 원하는 기록을 손에 넣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건 아마도 나만의 방식의 파이팅이 아니었나 싶다.
점점 멀어지는 크루원들을 보면서 앞에 보이는 파란 풍선을 조금씩 앞질러 보자는 생각이었다. 내가 속한 그룹의 페이스 메이커는 5:00 과 4:40분 밖에 없었기에 거의 출발과 동시에 그들을 앞질렀던 거 같다. 조금이라도 앞조에서 출발한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 보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마음으로는 앞에서 출발한 4:00 정도의 페이스 메이커를 만났으면 가장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계속 달려 나갔다. 15킬로 지점에서 슬슬 문제가 있었던 발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약 1달 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큰 통증은 아니었지만 기분 나쁜 통증이 왼쪽 발목에 있었는데 심한 통증이 아니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이 통증이 최대한 늦게 찾아오기를 바랐건만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통증이 찾아왔다. 이제부터는 통증을 지니고 끝까지 뛰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발목의 기분 나쁜 통증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기에 발을 또 열심히 굴러본다.

코스를 살펴보면서 업힐이 몇번 있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반부의 어려운 언덕은 다 끝난듯하였고, 다리도 생각보다는 잘 움직이고 있었다. 하프까지는 여러 번 뛰어봐서 그런지 대미지도 거의 없는 편이기에 이대로 끝까지 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처음부터 같이 온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중간에 먼저 치고 나가거나 뒤로 처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급수대도 한번 놓친 적 없이 잘 챙겨 마시면서 오고 있었기 때문에 후반부에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오늘 완주에 가장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프 지점을 지나면서도 몸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고, 이제 반만 더 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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