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7. 11:42ㆍ뜀박질
느린걸음이지만 서서히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한 번씩 불어오는 계절이 다가오고, 이에 따라 후반기 마라톤 대회들도 속속들이 개최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25년 후반기 처음으로 선택한 대회는 금산에서 개최 되는 마라톤이며, 크루원 몇몇이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무턱대고 신청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대회 날이 다가왔다. 동시간대 마블런이 서울에서 개최가 되기 때문에 몇몇 크루원들은 마블런에 참여 하기도 하지만, 난 이미 선택을 하였고, 앤드게임 이후에는 마블에 그렇게 큰 관심도 없어서인지 마블런에 크게 욕심도 없었기 때문에 금산대회에 출전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대회 며칠 전, 한 크루원이 독감에 심하게 걸리는 바람에 출전을 포기하여, 참가자들에게는 약간의 동요가 있었다.

이른 새벽 힘겹게 잠에서 깨어 약속 장소로 향하였고, 함께할 크루원을 만나 안부를 나눈 후 대회가 열리는 금산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약 2시간에 걸쳐 어둠을 뚫고 운전을 한 결과 큰 문제없이 대회장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을 하여 주차장에는 여유가 있었고, 나름 괜찮은 자리에 주차를 하고 슬슬 준비를 하였다. 속을 비우고 옷을 갈아 입고, 신발을 정성스럽게 신었고, 따로 대회장에 도착한 크루원들과도 인사를 하였다. 대회장을 어슬렁 거리면 이것저것 살펴보기도 하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고, 몇몇 에너지 관련 제품들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시간이 지나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둘 다 나름의 장거리를 뛰어야 했기 때문에 웜업은 이전과 다르게 정말 가볍게 조깅만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하였고, 천천히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드디어 대회의 시작 풀과 하프 코스는 함께 출발을 하였다. 금산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는 항상 거의 같은 장소에서 치뤄진다. 많은 동네 대회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금산에서는 여러 마라톤 대회가 개최됨에도 불구하고 같은 코스에서 진행이 된다. 특히, 하프나 풀 같은 경우는 같은 코스를 순환하는 코스라서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코스는 평탄하여 고저의 차가 거의 없지만 그만큼 지루함을 이겨내야 하는 혼자만의 괴로운 싸움이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문제라면 주로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회에 집중을 해야하는 시간이 되었고, 열심히 옆 사람들과 부대끼며 조금씩 집중력을 끌어올리면서 달려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역시 주로가 좁다 뒤편에서 출발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고 병목이 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라톤 최대의 복병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기 시작하였으며, 미운 며느리 가을볕에 둔다는 그 햇살 아래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노출 되기 시작하였다. 금산 대회를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금산 대회장의 주로가 어떤 컨디션인지 말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길이 연속되고, 길은 잘 정비되지 않아 울퉁불퉁하며, 그늘은 거의 없어서 해가 뜨면 따가운 가을 햇살이 그대로 사람들을 덮치는 코스라는 것을 말이다. 중간 정도에서 출발을 하였기에 내가 원하는 페이스로 올려 달리기 위해선 앞으로 조금씩 전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로가 좁아 옆사람들과 조금씩 부딪히면서 전진해 나아갔다. 첫 급수대에 도착하였을 즈음 병목이 조금씩 풀렸고, 원하는 페이스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는 풀코스와 하프코스가 동시에 출발을 하였기에 풀코스에 참가한 크루원과 자연스럽게 동반주를 하면서 페이스를 맞추어 갈 수 있게 되어 조금은 안심이 되는 대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큰 오산이었다.
원하는 페이스로 대회는 매끄럽게 진행이 되고 있었으나 조금씩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뜨거운 여름동안 나름 준비를 한다고 열심히 달리기를 하였으나, 더위에 약한 나는 어쩔 수 없나보다 페이스는 유지가 되었으나 점점 심박이 오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더불어 근육에 피로가 급격히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잘 유지가 되었던 페이스는 8킬로 지점을 기점으로 흐트러지기 시작하였고, 결국 동반주를 하던 크루원을 먼저 보내기에 이르렀다. 치솟을 때로 치솟은 심박은 돌아오지 않았고, 숨도 계속해서 차 올랐으며, 더불어 현기증까지 나의 몸을 덮쳐왔다. 페이스를 내려 조금씩 전진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더위를 먹으면 어떤지 겪어봤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주마등처럼 여름에 했던 훈련들이 떠올랐고, 천천히라도 어떻게든 완주를 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다 잡아갔다.

급수대마다 물을 마시고 물병을 얻어서 몸에 뿌려가면서 달리기를 이어나갔다. 페이스는 떨어져 있었고, 몸에 열은 쉽사리 빠져 나가지 않았다. 간간이 보이는 그늘이 얼마나 크나큰 축복처럼 느껴졌으며, 강가의 산들바람이 불어와 내 몸의 열기를 식혀줄 때면 천국이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여 마침내 결승선에 도착을 하였고, 나의 하반기 첫 마라톤 대회는 큰 과제와 아쉬움만을 남긴채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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