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시청하던 중, 플릿러너에 온 러닝의 클라우드 붐스트라이크가 재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컴퓨터를 켰다. 모바일로도 충분하지만 조금이라도 큰 화면으로 보려는 욕심이 크다. 어느 정도 구매에 대한 생각은 있었던 제품이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카본 레이싱화는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리셀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가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구매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사이트에서 신발만 냅다 쳐다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도권에서는 많이 찾는 제품이라곤 하던데 지방러인 나에게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발이다. 나에겐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가 아직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이며, 스포츠 용품을 구매할 때는 이런 전통적인 강자들 먼저 생각한다. 아무리 SNS가 발달을 한다고 하여도 실물을 보지 않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마라톤 대회장에서도 많이 볼 수 없는 신발이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아직 지역의 대회에는 젊은 사람들보다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마라톤 마니아이신 분들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신발을 착용한다. 그러니 더욱 경험하기 힘든 신발이었다. 그래서 정말 단순한 호기심에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호기심만으로 3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나에게는 큰돈이다. 첫 구매로 인하여 약간의 디스카운트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구매는 하였고, 어느덧 나의 손에는 플릿러너에서 배송된 택배 박스가 들려 있었다. 나름 꼼꼼하게 포장을 하였기에 포장에는 만족을 한다.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크림이나 당근에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신발의 박스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손에 들린 택배 박스를 보면서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회용 신발도 이미 있고, 신발장에는 러닝화가 넘쳐 나고 있다. 왜 자꾸 신발을 사게 되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이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으니 내가 내 돈을 주고 구매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이 신발의 모든 포텐셜을 끌어낼 정도의 실력이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발 구매를 멈출 수 없다. 그런데 어쩌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지간한 결심이 아니라면 사야 하는데... 누가 러닝을 돈이 들지 않는 취미라고 했는가?? 절대 돈이 적게 드는 스포츠가 아니다. 한 달에 한번 나갈까 말까 하는 대회나 그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위안이 되는 건 더 이상 뛸 때 필요한 티셔츠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대회 신청 시 제공되는 많은 티셔츠로 인하여 더 이상 러닝용 티셔츠는 구매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붐 스트라이크를 구매함으로써 손가락을 빨고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어느 순간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온 러닝의 패키지를 실제로 처음 경험해 본다. 가끔 대회장에 가면 온 러닝의 제품들을 신고 있는 분들은 볼 수 있었지만 대회장에 패키지를 들고 오는 사람은 없다.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그라데이션으로 이루어진 박스도 심플하고 세련되었다. 거기에 마치 전원 버튼을 연상시키는 온의 로고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마치 이 안에 들어있는 신발을 신게 되면 내 몸의 전원이 켜지고 달리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기능적인 측면이 러너들에게 어필을 하였기 때문에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겠지만 디자인 또한 많은 사람들을 홀릴만하였다.
신발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컴퓨터 화면에서 보던 딱 그런 느낌의 러닝화였다. 온 러닝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고, 온 러닝의 트레이드 마크인 클라우드테크의 구멍 뚫린 미드솔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은 분리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드솔의 디자인이었다. 포어 쪽의 미드솔은 하나로 구성되어 있지만 힐 쪽의 미드솔은 마치 구두굽이 달린 것 마냥 미드솔에 붙여 놓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이 신발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깔창이라 말하는 인솔이 다른 운동화들에 비해 두껍다. 세계 육상 연맹에서 점점 더 두꺼워지는 미드솔을 제한하였는데 인솔에 대한 다른 규정이 없어서인지 그 부분을 두껍게 만들면서 쿠션은 강화하고 규정에는 부합하는 신발을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 이러한 점이 달릴 때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착용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무언가 이유가 있기에 디자인이 이렇게 되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요즘 들어 카본화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온 러닝의 카본화는 과연 어떠한 느낌을 나에게 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 이제 조금씩 신어 보면서 어느 정도 마일리지가 쌓이게 되면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에 대한 리뷰를 남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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