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대회에서 원치 않는 10.75킬로를 뛰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전마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참가권이었다. 참가권의 기간은 넉넉하였다. 25년까지 사용을 할 수 있었기에 뭐라도 하나 나가지 않을까 생각을 하던 중... 금산 골드런에 참가 하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어차피 사용을 하기로 마음먹은 참가권이고, 언젠가는 참가를 하겠지만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사용하자라라고 마음을 먹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경품이나 시상 내역이 남달랐다. 물론 나와는 거리가 매우 먼 시상품이기는 하다.
대회에 참가 하기로 마음먹은 후, 이번에는 어떻게 뛰어야 하나 고민을 해보았다. 사실상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해는 시즌오프라고 본다. 이전의 대회들처럼 힘들게 뛰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면 펀런이나 이지런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기에는 2024년의 마지막 대회를 너무나 의미 없이 보내는 것 같다. 어차피 입상할 정도의 실력은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같이 참가하는 크루원의 목표를 위하여 페이스메이커를 하기로 했다. 물론, 그 친구를 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조금은 벗어나 다른 사람의 목표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이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대회는 다른 대회들과 다르게 하나의 코스 즉, 단일코스로 진행이 된다. 그것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거리가 아닌 12킬로 단일코스인 것이다. 아무래도 먼 거리를 많이 뛰는 즉, 하프나 풀코스를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나는 솔직히 10킬로 이상의 거리는 훈련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거의 뛰지 않는 거리이다. 물론 가벼운 조깅을 하면 거리주보다는 시간주를 하기 때문의 그 이상의 거리를 뛰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마음먹고 12킬로를 준비한 적은 없다. 이런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대회 당일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골드런 레이스는 생각보다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남 나이트 런과 부여 마라톤에 보여준 운영 실수를 걱정하였지만 큰 문제 없이 대회는 치러졌다. 단, 12킬로를 뛰는 건 역시나 부담이 되었다. 항상 10킬로를 뛰어서인지 페이스를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초반에 달리자니 후반이 부담이 될 거 같고 천천히 달리자니 기록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대회에 신었던 신발이 아닌 이번에는 온 러닝의 "붐스트라이크"를 착용하였다. 신발을 시험하기에 대회보다 좋은 조건은 없다 하지만 평소의 신발이 아니기에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크루원의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내가 끝까지 레이스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퍼져 버리면 크루원에게 피해가 될게 뻔하다는 생각으로 나의 페이스와 컨디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출발선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50분이내 주자는 A조 50분 이후는 B조로 출발을 나누었다. 주로가 좁기 때문에 아무래도 출발을 나눈 모양이다. 우리는 A조의 후미에서 출발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기록을 노리고 출전을 한 다른 크루원들은 앞쪽에서 출발을 하였지만 우리는 기록보다는 목표가 있었고 앞에서 출발을 하게 되면, 자칫하면 오버페이스로 인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주로는 더욱 좁았다. 대부분의 주로가 시골의 논길을 활용하여서 그런지 다른 대회보다는 주로가 많이 좁았다. 초반에 치고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앞쪽에서 출발 한 사람들의 페이스가 생각보다 낮았다. 440~500 페이스를 유지하였지만 우리를 앞지르는 사람보다는 우리가 앞질러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초반에 앞지르느라 에너지 소비가 좀 있었다. 에너지젤은 두 개를 타이즈의 포켓에 넣어두었다. 당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니까~ 여차하면 먹어야 한다.
약 4키로 이후 한 크루원이 배의 통증을 호소하면 거 페이스가 떨어졌다. 어떻게든 끌고 가보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페이스는 계속해서 떨어졌고, 결국은 먼저 가라는 소리를 하였다. 결국 포기, 어떻게든 레이스는 마무리할 터이니 믿고 앞에서 뛰고 있는 다른 크루원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기로 하였다. 페이스를 약간 올려 앞서가고 있던 크루원에 따라붙기 위하여 달렸다. 약 6킬로 지점 열심히 달리고 있던 크루원을 따라잡았다. 이제 다시 페메를 하기 위하여 페이스를 조절한다. 크루원의 상태를 살펴보니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평소에 달리던 페이스보다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지친 기색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DNF를 할 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현재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좋은 기록이 나올 거 같아 크루원의 사기를 올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 반 이상 뛰었으니 조금만 더 유지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꾸준히 뛰었다. 페이스는 약 420~440을 유지 하였다. 주로는 좁았으나 결승점이 가까워지면서 사람도 많이 줄었다. 이제 병목 현상은 거의 없는 상황 10킬로를 돌파하였다. 통과시간은 약 46분 페이스는 좋았다. 이전에 뛰어보지 않은 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뛰는 크루원은 잘 뛰고 있었다. 남은 거리는 이제 약 2킬로이다. 뛰면서 이 코스는 절대로 12킬로가 나오지 않는다. 조금 짧을 것이니 조금만 더 힘내라면서 크루원을 다독였다. 노래 한 3곡 정도 들을 시간이면, 끝나는 레이스다. 앞에 가고 있는 사람 50명만 잡읍시다라는 이야기도 해본다. 앞에 달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만 잡아보자 하면서 용기도 복 돋운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크루원이 안 쓰럽기도 하지만 원하는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포기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가면 골인이다. 약 트랙 한바퀴 정도 남은 상황 크루원에게 라스트 스퍼트를 해보자 하고 이야기한다. 충분히 힘을 쥐어짤 수 있다. 이제는 어떻게든 끝나는 레이스이다. 골인 후에 멈춘다고 쓰러진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 스텝이 크루원의 배번을 받아 적어간다. 입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대회에는 종합시상을 제외하더라도 연령별 시상이 역대급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DNF 할 거 같았던 크루원도 뒤에 힘을 발휘하여 잘 쫓아왔는지 목표로 했던 시간보다 약 1분 정도 늦어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결국 두 크루원 모두 연령별 트로피를 받았고 거기에 신발도 따라왔다. 나의 순위를 신경 쓰지 않고 기록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스메이커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항상 대회가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몰려왔었는데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시즌의 마지막 대회가 나름의 좋은 성과와 함께 마무리되어 기분이 다른 때와는 달랐다. 이로써 2024년은 제대로 시즌오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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