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것, 먹는 것, 사는 것...

먹고 싶어 뛰고, 뛰기 위해 산다.

뜀박질

29. 제 13회 부여 굿뜨레 마라톤 대회 참가기...😭

뜀박질하는 뚠뚠이 2024. 12. 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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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취미가 달리기이다 보니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너무 나와 버린 나의 배를 어떻게 해볼 요양이었고, 기록에 대한 욕심 따위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달리기를 지속해 왔지만 점점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 번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전에도 대회에는 몇 번 참가를 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9월에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홍성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고, 가까운 지역인 서산에서 열렸던 대회에도 참가하였다. 10월에는 고향의 친구들과 함께 김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를 하였다. 10월의 지평선 축제와 함께하는 김제의 마라톤은 나름의 규모도 있었고 친구들과 같이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준비하여 내려갔지만 나의 예상과 다르게 친구들은 달리기를 거의 하지 못하였다.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트랙을 몇 바퀴 뛰는데도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 놈들은 도대체 나를 왜 불렀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김제 대회는 나 혼자만의 레이스가 되었고, 친구들은 포기는 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늦게 결승점에 도착하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친구들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11월에 몇몇 크루원들과 함께 부여 마라톤에 참가하였다. 같은 날, 아산에서도 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둘로 나누어져 참가를 하게 되었다. 아산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 부여 마라톤을 참가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지역 대회가 그렇듯 코스는 5킬로, 10킬로, 하프/풀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 대회들이 풀코스는 진행을 하지 않는다 일단 참여자들이 거의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역 대회의 경우 거의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여는 여전히 풀코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전마협 대회인 점과 지역민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뭐 나 같은 사람은 이제 겨우 10킬로에 참가하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대회에 참가해서 달리기를 하는 건 나에게는 참가하는 매번 도전이고 대회를 마치면 끝났다는 성취감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온다.

 

대회는 11월 10일 일요일에 진행이 되었다. 한 여름의 더위를 견디며 달리기를 지속하여서 그런지 나름의 컨디션은 좋았다. 대회 당일 날씨도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11월인 만큼 추위에 대비하여 우의도 준비하였지만, 기온은 생각보다 높았고, 싱글렛에 레이스 쇼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해가 올라오면서 더워 질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0킬로의 경우는 그래도 경기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더위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었다. 

 

다른 대회들과 마찬가지로 개회식이 열리고, 여러가지 체험들도 함께 하고, 준비 운동도 함께 진행을 한다. 대회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몸을 풀기 위하여 대회장 주변을 가볍게 뛰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출발 시간에 가까워졌다. 조깅을 하면서 대회장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 주로가 좋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강변의 공원에서 대회가 진행이 되다 보니 메인이 되는 주로까지의 코스가 좁아 병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고, 주로의 컨디션 또한 돌들을 바닥에 박아 놓은 듯한 느낌으로 자칫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출발 시간은 다가와 하프와 풀코스 주자들이 먼저 출발하였다.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앞에서 출발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끼면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거기에 사용할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페이스를 올리는데 쓰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옆에 크루원들과 파이팅을 하고, 잘 달리기 위하여 마음을 가다듬는다. 옆에 베를린 마라톤 티셔츠를 입고 계신 조그마한 여자분이 있었다. 누가 봐도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이었다. 긴장을 풀고자 한마디 걸어본다. 오늘은 어떤 페이스로 달리세요. 살짝 미소를 보이며 410~420 정도를 생각한다고 하신다. 속으로 나는 그렇게 뛰면   PB인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파이팅을 건네었다. 

 

드디어, 우리의 시간이 다가왔다. 출발 소리와 함께 시계를 누르고, 앞을 보고 달려나간다. 출발 전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5킬로 참가자들은 우리가 뛰는 반대 방향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뭐 그건 그렇고 힘차게 출발은 하였지만 금방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매번 대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출발 직후의 페이스가 나도 모르게 거침없이 올라간다. 출발하는 모든 사람들과 비슷한 페이스를 맞추기 위하여 오버페이스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사람들에게 갇히는 것보다는 진정만 시킬 수 있다면 약간의 오버페이스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출발 직후의 병목을 약간만 벗어났다 생각되면 바로 나의 페이스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백 프로 후반에 퍼진다. 평소의 대회페이스보다 빠르게 뛴다. 아무래도 날씨가 시원해진 탓이 아닌가 싶다. 9월의 대회는 더웠고, 10월의 대회는 약간의 비가 내렸다. 이번 대회는 11월 치고는 약간은 따뜻한 날씨였고, 해도 뜨지 않아 눈에 부담도 가지 않았다.

 

약 1.5킬로 정도를 지나니 좁은 길이었던 강둑의 길을 끝이 나고 도로로 나오게 되었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여기서부터인 듯하였다. 큰길로 나가서 아스팔트길이 열렸다. 다리를 넘어가면서 백마강의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풍경을 감상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앞에서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달리느냐가 더 중요했던 거 같다. 첫 급수대를 보자 입을 적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목을 적셔 두는 게 호흡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약간의 물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였다. 호흡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점점 체온을 올라가고 심박 또한 거의 최대치를 유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달리던 페이스가 아니기에 다리도 급격히 무거워져 갔다. 그렇게 조금씩 반환점에 가까워져 갔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오는 10킬로 주자들이 보였다. 언제나 4킬로를 조금 지나는 시점에 1위 주자를 만나는 거 같았다. 그 말인즉슨 순위권에 있는 주자들과 나는 거의 2킬로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나는 1킬로를 더 가야 하고 그들은 이미 6킬로를 달려온 것이다. 슬슬 빠른 크루원들도 보이기 시작하였다. 서로를 스쳐 지나가면서 파이팅을 외쳐본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힘을 주기 위한 우리들만의 방법인 것이다. 나보다 앞에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본다. 남자들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숫자를 세다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나보다 빠른 여성분들이 얼마나 있나 숫자를 헤아려본다. 나보다 앞선 여성분들을 모두 세지는 못했다는 가정하에 약 5~7명 정도가 나보다 앞서 있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45분대였다. 430 페이스를 정확히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도의 수준만 유지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매우 좋은 성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환점을 돌면 힘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뛴 거리만큼만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 본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점점 날씨는 더워진다. 심박은 어느 덧 최대 심박에 가깝게 올라온다. 그래도 조금만 더 뛰면 골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를 움직여 본다. 다시 한번 다리를 넘어간다. 그리고 갈림길이 나왔다. 앞에 있던 스텝이 이쪽으로 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은 그땐 몰랐다.

 

이제 5킬로 주자들과도 마주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겪는 문제는 5킬로 주자들과 뛰게 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 앞에 천천히 걷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 사람들을 피해 가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GPS에서는 10킬로가 넘었는데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거리가 짧으면 짧았지 긴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나보다 앞서가던 모든 사람들이 내 앞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저 거리가 잘못 계산이 되어 더 달리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10킬로를 생각하고 뛰었기 때문에 점점 힘이 빠졌다. 드디어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스퍼트를 해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결승선에 다다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다. 나와 같은 10킬로 배번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도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회장이 난리가 났다. 이미 대회 운영 본부에서는 큰소리가 오고 가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10킬로 순위권에 있던 약 100명의 사람들이 진행요원의 실수로 약700미터를 더 뛰게 된 것이었다. 그중에 나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45분을 목표로 한 대회에서 48분으로 대회를 끝마치게 되었다. 물론 10킬로로 계산을 한다면 45분 정도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인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었다. 대회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마협에서 참가권을 제공하였다. 전마협이 주최가 되는 대회에서 사용을 할 수 있으니 다음 대회에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기록에 대한 아쉬움은 거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뛰었고, 비공식이기는 하나 나름 나의 PB를 작성하였기에 다음 대회를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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