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7. 07:36ㆍ맛있는 것 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아직까지 식탐은 남아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다만, 고향에서는 알고 지내던 맛집이 꽤 있던 터라 돌아다니면서 먹는 재미가 있었으나
이사를 오면서 그런 재미가 반감이 되어 버린거 같다.
이 곳으로 이사 온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는게 워낙 없는터라,
거의 집에서만 식사를 했던거 같고 가끔은 술을 마시러 나간게 전부였다.
검색을 한다면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맛을 볼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없었고, 무엇보다 믿을만한 정보가생각보다는 적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얻는 정보에 비하면
그 신뢰성이매우 낮다고 할 수 있으며, 나와 입맛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얻는 맛집의 정보는나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달리기를 하게되면서 크루가 생기고 이전에 비하여 정보의 풀이 넓어진 상황이 되었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술이 당기기 마련이고, 매번 같은 곳을
방문 할 수도 없는게 사실이며, 어지간하면 식사와 술이 같이 해결되는 것을 알아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번 같은 곳을 방문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는 곳을 가는건 더 싫다.
조깅을 하면서 같이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고,
나의 계획을 이야기 하였더니 옆에서 같이 뛰던 크루원이 한가지 정보를 주었다.
말인즉슨 정말 맛있는 보쌈집이 있다는 것이고, 그는 고기는 뭐 다 비슷하지만
보쌈김치가 정말 맛이 있다는 이야기 였다. 조깅을 하고 있었던 터라 전화를 바로 하여
예약을 하게 되었고, 그 곳의 식당명은 "불티나 실비집"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제격이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굴 보쌈을 주문하게 되었고,
자리를 함께 하는게 3명 정도 였기에 큰 것으로 주문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지인의 말은 예약을 하더라도 음식이 제 시간에 맞춰서 제공되는 경우는 드물고,
자리를 잡고 진득히 기다리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일손이 모자르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지인의 설명이었다.
날이 춥고 눈도 오는 관계로 예약시간보다 늦을거 같아 미리 연락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조금 늦어도 상관은 없으니 안전하게만 오라고 하셨고, 여기에서 조금은사장님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3명 중 다른 곳에서 출발하는 친구는 거의 시간에 맞추어 도착을 하였고,통화를 해본 결과 음식은 나오지 않고 있으니 천천히 오라는 내용도 전달을 받았다.지인이 한 사람 먼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조금은 느긋한 마음이 생겨 여유있게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에 도착하니 좁은 복도가 우리를 맞이하였고 그 옆으로는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주방을 지나서 지인이 자리 잡고 있는 테이블은 안쪽 깊숙히 자리 잡은 구석진 자리였다.식당의 홀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고, 4인 테이블이 약 6개 정도 있는 조그마한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역시 나이드신 노부부 두분이 운영하는 다른 식당들과 비슷한 수준의 크기를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나는 주문한 음식을 마주하게 되었다. 보쌈과 보쌈김치, 무말랭이 그리고 굴이조합된 음식이 알배추와 함께 큼지막한 접시에 서빙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보쌈김치와 다른 식당들과다르게 여러가지 양념들이 안에 있는채로 김밥의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쌈은 마르지 않고 적당히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보쌈김치는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것이 잘 익힌 수육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힘이 있었다. 굴은 제철을 맞아서인지 알이 크고 싱싱하였으며, 바다 내음이 적당하게 베어 있어 보쌈과 더욱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에서는 술이 빠질 수 없는게 국룰이다. 저절로 술을 부르는 음식의 화려한 비주얼과 맛은 지금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보쌈의 맛을 뛰어 넘었다.
간단하게 먹을 생각으로 방문을 하였지만 맛이 좋은 굴과 보쌈의 조합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기세였고, 조금씩 술을 곁들여 보쌈을 먹다보니어느 덧, 술과 고기는 점점 줄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술과 고기를 더 주문하였다.
애초에 굴은 약간의 입맛을 돋울용으로 주문하였기 때문에 추가 주문은 하지 않았으며, 무말랭이가 약간 모자라 추가주문을 하였다. 보쌈김치가 일품이다보니 보쌈김치는 추가금을 받으셨다.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고른건 계란말이다. 2만원이라는 가격에 맞게엄청난 크기와 비주얼을 자랑하는 계란말이는 내가 지금까지 돈을 주고 사먹은 계란말이 중가장 큰 크기였다. 평소에 생각하는 보쌈의 가격보다는 비싼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충분한 음식과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만족할만한 술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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